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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PLE》반품 후, 책의 슬픔

 천신만고 끝에 드디어 책을 배본했다. 그런데 누가 알까. 한 달도 안 되는 시간 안에 책 한 권의 생사가 결정된다는 걸. 나는 이것이 갓 태어난 아기를 아수라장에 던져놓고 알아서 잘 살아봐라 하는 것과 다름 없이 너무 잔혹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게 책의 숙명이다. 책마다 각자의 팔자가 있다. 팔자 좋은 책은 계속 유통될 수 있을 것이고, 그렇지 못한 책은 또 다른 길을 가지 않겠는가.

 책은 인쇄소에서 인쇄가 끝나면 총판으로 보내진다. 그 다음은 총판에서 각각 직영유통상이나 중간유통상들에게로 나뉘어 보내진다. 중간유통상들은 또 자기들이 거래하고 있는 독립서점에 책을 보낸다. 이 과정에서 상인들은 익숙하게 책 밑면에 서점 도장을 찍거나 연필로 날짜를 적는다. 심지어 책에 라벨 스티커를 붙이기도 한다. 이런 표기를 하는 이유는 대부분 도난을 방지하기 위함이거나 반품 시간을 계산하는 데 용이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책의 판매 상황이 좋지 않으면 마냥 누군가 이 책을 사길 기다리며 그 자리에 있게 할 수는 없다. 기껏해야 한 권 정도 서가에 안착된 후, 나머지 책은 전량 반품된다. 아름답고 헤진 데 없이 새 것이었던 책은 이 여러 차례의 여정을 거치면서, 멀미를 하거나 피부가 벗겨지거나, 연필 혹 도장 타투가 늘어 돌아온다. 어떤 경우는 하아, 참내 내가 그간 본 중 제일 어이 없는 경우인데 표지 전체가 찢겨지고 본문 페이지는 엉망진창으로 접혀 돌아와, 마치 노상에서 텍사스 전기톱 살인마를 만났거나 나이트메어 시리즈의 프레디에게 포위되기라도 한 것처럼 처참하기 그지 없었다. 

 손님들이 펼쳐본 후, 책의 상태가 나빠지면 반품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일부 사장님들은 자기네들이 반품상황을 체크하는 라벨을 붙이고 그 위에 숱한 반품 원인을 인쇄한다. 원래 취지는 나쁘지 않으나 스티커의 점성이 워낙 강력하다보니, 한 장 한 장 그 위에 덧붙인 후에는, 되려 이 책이 기사회생할 마지막 희망까지 짓밟는 결과를 낳는다. 한번은 헤어드라이기로 그 스티커들을 떼어보려고 애써봤는데, 드라이어로 말리고, 스티커를 이리 떼고 저리 떼어봐도, 결국에 책 표지만 더 찢어질 뿐이었다. 그때 화가 나는 심정과 다르게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억울한 마음을 안은 채 책을 거두어들이는 수밖에. 

 솔직히, 한 권의 책이 비실비실 회생 불가 정도로 망가져, 쓰레기통이나 재활용품 수거통에 버려져 오호 통재라 이 세상을 하직하는 것도 꽤 원만한 마무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시간이 흘러 책 한 권이 나이들고, 헌 책이 되고, 보아 넘기기 어려운 외상을 입었다. 그런데 이것으로 그의 처참한 인생이 끝이 아니다. 결국은 폐기 처리도 못하고 그렇다고 서가에 계속 올릴 수도 없고, 창고 속에 갇혀 책 벌레에게 먹힐 수밖에 없는 신세가 되는 것이다. 어차피, 새 책도 팔기가 어려운 마당에, 여기저기 하자가 생긴 헌 책이 어떻게 기적을 만들어내겠는가? 

 반품 도서는 상품이 물리적으로 파손되고 상품 본연의 매력을 잃은 것 뿐 아니라, 재고 부담의 비용까지 증가시킨다. 일부 출판사는 정기적으로 반품도서를 소각하거나 필요한 단체에 기부함으로써, 재고관리 비용이 회사 경영에 악영향을 끼치기 전에 막는다. 제일 이상적인 상황은, 반품도서전을 여는 것이다. 

 중산  지하도에서 무더기로 반품도서를 파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어떤 책은 나온 지 이제 막 반 년밖에 되질 않았는데 무슨 일로 그곳에 쌓여 팔리고 있다. 그래도 일부 독자들은 책 상태에 아랑곳 않고 책 내용만 신경 쓴다. 그러나, 끝끝내 독자들 손에 들려 집으로 향하게 되는 책은 빙산의 일각이다. 나머지는 판매 기간이 끝나면 또 다시 음침한 창고의 품으로 돌아가게 된다. 

 어쩌면 당신은 궁금할지도 모른다. 이렇게 팔기 어려운 책을, 왜 그리 많이 펴내는지.

 타이완 순문학 도서 시장을 보면, 독립출판하는 시집의 경우 초판을 대략 오백에서 천오백 부 사이로 찍는다. 소설의 경우 천부에서 이천 부 사이고, 그외의 대중서는 삼천에서 오천 부 사이다. 타이완 인구 비례에 견주어 생각하면 이러한 초판 발행부수는 사실 많은 것이 아니다. 그러나 작금의 독서습관(행태)가 이전과 달라졌고, 정보는 희석되고, 선택지는 많아졌다. 출판사로써는 인쇄부수를 줄여야만 종수를 늘릴 수가 있다. 수요보다 공급이 많은 상황에서, 반품도서는 점점 많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헐값에 파는 것 외에, 사실 방법이 하나 더 있다. 만약 자금에 여유가 있다면, 대단한 비법이 필요 없다. 책 표지나 커버를 다시 제작하면 기사회생할 수 있다. 하지만 독립출판 하는 입장에서 돈은 시종 제일 큰 어려움 중 하나로 책에 성형수술을 가하는 것이 더 큰 어려움을 자초하는 일이나 같다. 

 매번 이렇게 책 가장자리에 도장이 찍히거나 연필로 서점 이름이 쓰인 책을 볼 때면, 탄식 그리고 또 탄식이 나온다. 한편으로는 어쩌면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책을 망가트리는 인간이 있는 건지 믿을 수가 없다. 또 한편으로는 상처 입고 훼손된 책들에 마음이 아프다. 얘네도 건강하고 예뻤던 시절이 있었을 것인데, 우리 애기 같은 아이들이다. 

 ‘야, 울지 마, 아빠가 너네들 데리고 집에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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